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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코로나 : 홍윤철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02-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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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문명, 그리고 질병의 시작

 

인류의 역사, 아니 지구의 역사에서 기후가 변화하지 않았던 시기는 없었다. 기후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른지 느린지, 혹은 변화가 가속화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의 여부가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체의 생존과 진화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인류도 예외는 아니어서 선행인류에서 호모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기후의 영향을 받으면서 발전과 소멸, 진화를 겪어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선행인류까지 포함해서 본다면 인류는 현재보다 과거에 기후변화에 보다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오늘날은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대체할 만한 여러 방안들이 생겨났지만, 과거에는 자연 환경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를 피해가기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만 년의 역사만 보아도 지구상에는 2차례에 걸친 빙하기가 있었다. 마지막 빙하기가 15천 년 전에 끝나기 시작하여 12천 년 전에 현재의 기후와 같은 기후온난화기를 맞이했다. 그러면서 빙하기 조건에 적응하여 살던 인간과 동물들은 먹을거리 등 생활환경에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중위도 지역의 빙하가 소멸하면서 작물이 자랄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되었고, 인류는 야생 작물의 씨를 얻어 재배하는 작물 재배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다. 인류의 문명은 이렇게 온난화와 함께 농업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문명 이전의 인류는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계속 이동하며 살았다. 따라서 그들의 생활양식이나 문화가 축적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농경이 등장하고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역사라 불릴만한 인류의 유산이 쌓이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세계 4대 문명(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은 모두 강 유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강 유역의 농경생활은 일정한 생산력을 창출하면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문화를 발전시키는 좋은 환경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렇듯 인류는 수렵채집 시기에서 벗어나 농경과 목축을 기반으로 하여 문명을 이루고 발전했고, 배경에는 기후변화와 함께 자연 생태계의 변화가 있었다. 농업혁명의 등장도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시작될 무렵, 즉 지구온난화가 시작되면서 함께 진행된 것이었다. 인류도 기후에 영향을 주고 생태계의 변화를 초래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하였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불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주위 환경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고, 그것이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환경이 인류의 생활양식을 변화시켜왔지만, 이제는 인류가 자연환경에 영향을 크게 주는 시대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농경을 기반으로 한 문명사회가 한창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때에 메소포타미아 등지는 건조한 기후로 변화되어갔고, 한편으로는 부양해야 할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부족한 농경지 확보를 위해 관개농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관개농업은 기존의 농업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노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권력 체계가 공고하게 만들어졌다. 한편 농업 생산이 증가하면서 잉여생산물이 발생하였고, 이와 함께 무역과 교역이 활발히 일어났다. 관개농업은 계절과 시간에 대한 개념과 함께 기록 방법도 발전시켰다. 홍수 기간이나 농업 생산량에 대한 통계, 보관 중인 물품 등에 대한 기록은 문자의 발명과 체계화된 문서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관개농업의 특성상 체계적인 지휘체계가 만들어져야 했으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분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문명의 상징 중 하나인 기념비적 건물들이 건축될 수 있었다.

기후변화는 문명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건조하고 차가운 기운이 들어오게 되면서 고대 도시 문명 지역도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예일대학교의 고고학자인 하비 와이스는 기원전 약 22백 년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가뭄이 메소포타미아 계곡의 북쪽 지역을 건조하게 만들어 지금의 터키인 유프라테스 강에서 이라크와 이란의 페르시아만 국경까지 800마일이나 뻗어 있는 아카드 제국을 사라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근동의 고고학자들도 기원전 26백 년 이후 번성했던 텔라이란이라는 도시가 기원전 22백 년경에 버려졌다는 사실에 대해 주목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교의 고고학자인 알렌 로젠은 초기 청동기 시대의 도시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건조한 환경에 의해 붕괴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에 레반트 남부의 도시와 마을들이 붕괴하고 버려졌으며, 그 원인은 극심한 기후변화가 건조한 기후를 만들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후변화가 가져온 기근으로 인해 고대 국가들은 식량 문제를 내부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른 지역을 침략하여 빼앗아 온 것으로 해결하려고도 했다. 이것이 고대문명 초기에 침략과 약탈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거주지역의 발전은 인구 증가 및 밀집을 초래하였고, 이는 다시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불안전한 환경을 만들었다. 농업은 처음엔 국지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정착촌이 부락단위를 넘어 도시화되면서 인구가 더욱 증가하였고,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도구들을 이용해 더 많은 지역을 인위적으로 개간하고 건물을 세우는 등의 일들이 필요하였다. 이러한 활동 역시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강 유역에 발달한 문명에 있어서 관개와 치수는 기후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수백 년에 걸친 과잉 개발에 따른 숲의 파괴 등 인간이 자연환경을 훼손시킨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었다. 건조 지역에서 지나친 관개 농업을 한 결과로 토지 염도가 높아지게 되었고, 이는 토지 생산력 감소로 이어졌다. 이러한 토지 황폐화 등의 문제는 고대 문명이 지속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철기가 도입된 이후에는 이를 이용해 개간면적을 넓혔고, 더 많은 인구가 밀집하게 되어 주거 변동성이 적어지면서 주변 환경을 훼손하는 일은 더 잦아졌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은 높아져 갔다.

인류의 질병 또한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문명화가 진행된 지난 1만 년 정도의 역사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감염성질환은 문명화 이전의 시기에는 없었던 질환이다. 수렵채집 시기에는 주어진 자연환경에 대한 제한된 접촉만 있었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병원균을 경험하지 않았다. 특히 가축으로부터 균이 옮겨져서 나타나기 시작한 다양한 감염성 질환은 수렵채집 시기에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높은 인구 밀도와 잦은 접촉 등이 전염병 확산의 주요인이 되었다. 이와 같이 사람뿐 아니라 가축이나 동물과도 접촉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들의 분뇨를 처리할만한 위생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미생물이 번성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었다. 한편 문명은 도시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는데, 이는 물품 교환뿐 아니라 병원균 전파에도 아주 좋은 여건이 되었다. 특히 고대문명국가 시대 이후 로마제국이 패권을 잡으면서 영토 전역에 도로를 건설하였는데, 이는 이동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전염병이 쉽게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 것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문명화 이후 사람들이 겪어왔고, 여전히 겪고 있는 질환의 대부분은 온난화와 함께 촉진된 농경과 그 이후의 문명의 발전에 따라서 나타난 것이다. 또한 문명이 고도화되면서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한 생활양식과 관련된 만성질환 역시 문명화 이전의 시기에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기후변화는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질환을 가져온 시작이었던 것이다.

 

 

산업혁명과 대기오염

 

문명이 시작된 이후 등장한 전염병은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혀왔다. 특히 흑사병은 5세기, 14세기 그리고 19세기에 각각 등장하여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 인류 문명의 전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4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기까지 흑사병을 심하게 겪은 중세 유럽은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산업혁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시작된 공업 기반의 산업 혁명은 이전의 농업 기반의 경제체계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사건이었다.

17세기에서 18세기로 들어서면서 영국에서는 직물 공업이 크게 발전했고, 증기기관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동력 기계가 이용되기 시작하여 인력을 대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구 정체기였던 당시 이러한 기계들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경제 속에 녹아들면서 공업 생산부문의 수익률이 증가되는 양상을 나타내었기 때문에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경제가 공업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은 중세시대부터 석탄 사용을 매우 제한해왔으나, 17세기부터 석탄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1550년대에 17만 톤 정도였던 연평균 석탄 생산량이 1800년대에는 1,100~1,300만 톤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과거 일부 공업용을 제외하곤 가정용으로 사용되었던 석탄이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공장지대를 운영하는 데 엄청난 규모로 사용되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흩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기오염은 인류가 불을 사용하면서 시작되었지만, 그 정도와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생태계를 파괴할 만큼의 파괴력을 지니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달랐다.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석탄 사용은 인류에게 새로운 재앙을 가져다주었다. 스모그라고 불렸던 대기오염은 산업혁명으로 석탄 소비량이 늘고 도시가 공업지대화 되면서 안개가 자주 끼는 영국의 기후 특성과 맞물려 발생하였다. 20세기 초, 영국의 에든버러나 런던 등지에서 발생한 이 대기오염은 굴뚝이나 공장지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기온역전현상을 만나면서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바닥에 깔리면서 시작되었다. 기온역전현상은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일교차가 큰 봄, 가을이나 겨울밤에 찬 공기가 바닥에 깔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영국은 지역 특성상 자주 발생했다. 기온역전현상이 발생하면 공기의 순환이 느려지면서 오염도를 증가시키고, 찬 공기가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생기는 안개와 결합하여 스모그가 생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건인 런던 스모그1952125일부터 9일간 발생한 대기오염 사건으로, 5일간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초유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런던 스모그는 시작에 불과했다. 한 세기에 걸쳐 인류는 더 많은 공장을 만들고, 자동차를 생산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에어로졸을 증가시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대기가 정체되고 지구 표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은 더욱 많이 배출되어 치명적인 대기오염을 만들어냈고, 다시 이 오염 물질들은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그 결과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은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지구적 문제로 부상했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997교토의정서를 채택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를 가졌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아 각 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시행 중에 있다.

대기오염이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한 이유는 이로 인한 사망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호흡기질환과 심혈관 질환자들의 주된 발병 요인으로 대기오염이 지적되는 것이 낯설지 않다. WHO가 추산한 대기오염 연간 사망자가 매년 410만 명(2019년 기준)에 이른다는 것으로 볼 때, 대기오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대기오염은 바이러스 전염병과도 관련이 있다. 2019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는 미세먼지에 노출이 많으면 코로나19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이미 2018년 중국의 한 연구에서도 대기오염은 인플루엔자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아데노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바이러스가 공기 입자를 통해 운반될 수 있다는 것도 보고되었다.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전염병이 대기오염에 의하여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가져온 것은 대기오염만이 아니었다. 공업 및 화학 기술의 발전으로 토양, 수질, 산림 등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해가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 공업 산업이 대기오염을 일으켰다면, 화학 산업은 토양오염으로 이어졌고, 토양오염은 수질오염으로까지 연결되었다. 화학 산업으로 납, 카드뮴, 수은, 아연 등이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유해 폐기물이 물과 땅으로 흡수되어 환경 파괴를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파괴된 수질과 토양은 다시 대기에 영향을 미치고, 미세먼지와 산성비 등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대기오염이 초래한 산성비의 영향은 토양뿐 아니라 인류의 유산인 문화재나 기념물 등도 파괴하면서 인류의 발자취를 지우고 있다. 인류는 산업화를 통해 더욱 윤택하고 발전적인 문명으로 도약했지만,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의 문제를 일으키는 동시에 극심한 생태계 파괴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 기후변화

 

오늘날 우리가 기후변화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적인 변화 외에 인간에 의해 초래된 변화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문제 때문이다.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대기 중에 다량 방출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있는 열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온실효과를 유발하고, 이것이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때보다 30% 이상 증가했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금세기 안에 상당한 규모의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80만 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는 빙하기 때 180ppm, 간빙기 때 280ppm 정도였지만, 2013년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ppm을 넘어섰다. 또한 1950년대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 속도는 일 년에 0.7ppm이었지만, 지난 10년간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 속도는 일 년에 2.1ppm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와 같은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자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없고 대부분이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의 사용과 같은 인류의 활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 말까지 지구 대기의 평균 기온은 섭씨 1.1~6.4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관측되는 평균 기온의 상승은 태양 활동의 변화나 화산 활동 등에 일부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의 영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되었다. 12천 년 전 따뜻한 기후로 변하면서 문명의 초석을 다졌지만, 이제는 인류가 만든 그 문명이 오히려 기후의 패턴을 바꾸어 전례 없는 온난화를 가져오면서 인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협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열에너지를 기체 가스 안에 품게 되기 때문에 기온을 상승시키게 되는데, 이로 인해 대기에 쌓이는 열에너지는 엄청나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늘어난 열에너지는 기온을 높일 뿐 아니라 공기 흐름의 변화도 가속화시켜서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 또는 태풍과 같은 바람의 위력을 크게 만든다. 이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급격하게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불안정한 날씨를 초래하게 되고, 집중호우 및 태풍을 빈번하게 가져와서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는 폭염에 의한 사망 증가, 또는 감염성질환 발생의 증가도 가져온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질병들이 기온 및 강수의 변화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많은 수의 감염성 질환이 파리와 모기같이 병원균을 옮기는 곤충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는데, 이러한 곤충들은 기온과 강우량 같은 기후인자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기후변화는 곤충 매개 질환의 발생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말라리아, 뎅기열, 뇌염 그리고 황열과 같은 질병은 기후변화에 따라 상당히 변화될 것이다. 한편 기후변화에 의한 공중보건학적인 영향을 평가할 때는 단순히 온도 변화에 의한 영향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더 넓은 환경적인 문제, 즉 깨끗한 식수와 위생, 기아와 영양실조, 그리고 콜레라 등과 같은 감염성 질환과의 관련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의 지역 사회는 과거와 비교도 안 되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지역의 문제는 또 다른 지역의 문제가 된다. 코로나19로 대표될 수 있는 신종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지역적 보건문제가 따로 없고, 질병은 세계 어디로나 전파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위험성은 불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기후변화에 보다 책임이 있는 선진국보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데 별로 역할을 하지 못한 후진국일수록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위험성이 크게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내 각 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만, 생태계의 다양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기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자의 다양성이 만들어지고, 유전자 다양성은 종 다양성의 기초가 된다. 반면에 기후변화의 속도가 크다면 여러 종의 곤충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 결과는 곤충을 포함한 생태계 다양성의 감소로 나타나고, 이는 환경에 대한 생태계 전체의 적응력 감소라는 위기를 나타낸다. 이러한 생태계 다양성의 감소는 인류가 갖고 있는 자연자산의 감소를 뜻하며, 인류생존과 지속가능성에도 커다란 위협을 준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기후변화가 코로나19의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박쥐와 같은 지구상의 다른 생물종과의 관계를 바꾸고, 이러한 변화가 바이러스와 숙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신종전염병을 발생시켜서 결국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온난화 현상이 생기면, 크고 작은 동물들이 더위를 벗어나기 위해 또는 적절한 생존환경을 찾아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동을 통하여 평소에는 접촉하지 않았던 다른 동물과 접촉하게 되어 병원체가 새로운 숙주에 침투할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초래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 역시 전염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주로 농업 목적으로 발생하는 삼림 벌채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 서식지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다. 서식지를 잃은 동물의 이주는 잠재적으로 다른 동물이나 사람과 접촉하여 세균을 공유할 기회를 발생시킨다. 조류독감의 유행에서 보듯이 대규모 가축 농장은 야생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감염의 매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가 지구상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서식지의 감소를 초래하면서 다양한 생명체의 생존기반이 해체되고 있다. 이러한 해체는 주로 농작물 재배와 사람들을 위한 가축 사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서식지 손실에 기인한다. 결국 서식지의 감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식량원이 적어진 동물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식량과 은신처를 찾기 때문에 질병이 퍼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사람들이 과거보다 많이 야생동물들을 사육하고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질병 발생을 가져오는 이유이다. 최근에 발생했던 신종전염병인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생각되는 박쥐와 중간 숙주인 동물들이 사람과 접촉해서 생긴 전염병이다.

결국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전염병은 그 질병을 옮긴 박쥐가 살고 있던 숲이 벌목되어 새로운 서식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삼림 벌채를 방지하면 생물 다양성 손실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염병 확산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동물의 이동을 막을 수 있다.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여야 한다. 풍력 및 태양열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질소 산화물, 이산화황, 이산화탄소와 같은 유해한 대기 오염 물질이 감소하여 심장 마비와 뇌졸중, 비만, 당뇨병, 조기 사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대기 오염을 줄이면 폐를 건강하게 유지하여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감염으로부터도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

코로나19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직면한 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허리케인, 토네이도, 산불, 또는 폭염과 같은 기후 관련 위기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위기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우리는 기후변화에 맞서고 지구상의 생명체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고, 야생동물, 가축 및 인간의 감염성 질병에 대한 감시를 개선하고, 생물 다양성과 자연환경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전략이 결국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고, 이제는 이에 대한 광범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 즉 인간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기반이 바로 지구환경이고, 이 지구환경이 변하면 우리 존재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류의 미래를 담보할 인간의 건강과 안녕은 오늘날의 기술적인 진보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지구환경의 보존과 보호가 함께 이루어져야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