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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 ESG, 기업 필요조건 넘어 충분조건 돼야, 매일경제 (2021.04.02.) : 조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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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시2021-04-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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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현답] ESG, 기업 필요조건 넘어 충분조건 돼야 - 매일경제 (mk.co.kr), 매일경제 오피니언, (2021.4.2.)


ESG경영 `시대정신` 됐지만 주주와 이해 상충 가능성도
기업의 근본 존재 이유는 이익 내고 고용 늘려가는것
이 목표와 일치해야 충분조건

  • 입력 : 2021.04.02 00:05:01


ESG(환경·책임·투명경영)가 각국 정부의 정책 차원에서 다뤄지던 것이 최근 기업의 경영 및 투자 원칙으로 자리 잡으면서 어지러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 중심으로 주로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 형태로 힘을 얻어 가고 있었지만, ESG란 용어로 정리된 것은 2006년 유엔의 `책임투자 원칙` 발표가 계기였다. 지금 ESG는 확실한 `시대정신`이 됐다.

특히 환경과 인권을 무시하는 `최종 포식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출되고, 코로나19 창궐의 근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 되면서 ESG는 모든 부문에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현재 세계 250대 기업의 96%가 `지속가능보고서`를 내고, 세계 10대 연·기금과 투자 자문사 투자의 50%가 ESG 관련 투자다. 한국도 ESG 관련 펀드에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봇물 터지듯 유입되고 있다. 그래서 ESG 관련 평가 기준, 3자 인증 및 정부 규범도 질적·양적으로 크게 팽창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환경을 해치는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국경 탄소세` 제도가 올해 시행될 듯하고, 미국도 MS, 애플 등 최고의 기업이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RE100`을 주창하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기업도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또 기업의 경영 목적이 과거 `주주 우선 정책`에서 고객, 근로자, 지역사회를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얼마 전까지 `4차 산업혁명`을 입에 달고 다녔는데, 이제는 ESG가 빠지면 연설이 안 된다. 심지어 CEO는 `Chief ESG Officer`의 약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점도 많다. ESG를 실천하면 과연 기업의 장기적 성과로 연결되는 것인지, 기업의 새로운 비용과 규제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ESG 성과를 내는 것은 대기업이기 때문이고 중소기업이나 개발도상국 기업은 현실적으로 참여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ESG 평가 기준이 얼마나 객관적 타당성이 있고 `Green Washing`, 즉 `위장 녹색기업`은 잘 가려낼 수 있는지, 글로벌 ESG 우수 평가 기업이 오히려 고용과 납세 면에서 실적이 저조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등등이다. 특히 한국은 `S`(사회) 부문에서는 드센 시민단체의 주장을 들어줘야 하고, `G`(지배구조) 부문에서는 더 거센 동학개미 등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맞춰 줘야 하는데 서로 상충될 가능성도 크다. ESG가 우리 정부의 또 새로운 기업 규제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은 없는지도 염려할 대목이다.

ESG가 아직 기업 경영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까지는 되지 못한 까닭이다. 지속 가능하고 더 좋은 미래를 보장하는 ESG 제도가 기업 전략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또 새로운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SG 기법과 평가, 성과 측정 기법과 규범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 기업의 근본 존재 이유는 이익을 내고 고용을 늘려 가는 데 있다. ESG가 이런 목표와 병행해 나갈 수 있어야 충분조건을 이뤄 낼 수 있다. 프랑스 최대 식품 기업 CEO가 지역사회 공헌 등 ESG를 강조하다 기업 실적이 계속 악화돼 물러난 최근 사례도 있다. 환경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새로운 환경 융합 산업으로 이익을 내고, 민주적 지배구조로 경영의 효율성을 올리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소액주주의 이익도 충족시켜 줘야 한다.

착한 기업만이 최선의 기업은 아니다. 사회적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은 아름답지만, 우주 산업, 탈탄소 기술, 양자 과학, 바이오, 신소재, 신약 등 인류의 미래를 위한 모험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 더 존경받아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시대정신을 받아들여 적응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 이를 발판으로 퀀텀 점프까지 할 수 있는 특별한 회복력과 극복력을 갖고 있다. 정부는 규제만 풀어 주면 된다.

[조환익 전남대 석좌교수(전 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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