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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간 정책조정의 필요성과 방법, 정책이 보이는 도서관 4월호
  • 작성자남궁근
  • 작성일시2022-06-08 10:55
  • 조회수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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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근(서울과기대 명예석좌교수)

I. 부처 간 정책조정의 필요성과 개념

1. 부처 간 정책조정의 필요성

행정부는 고유의 정책영역을 가진 다수 부처들로 구성되는데, 20223월 현재 우리나라 중앙정부의 업무는 장관급 26, 차관급 21개 부처가 분담한다. 부처 간 관할권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책을 둘러싼 부처간 대립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처간 갈등은 결정해야 할 정책문제가 여러 부처에 걸쳐 있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발전이 주요 이슈로 등장한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이산화탄소 배출 에너지원 억제, 과학기술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에너지 공급 등이 얽혀있어 환경부처, 에너지부처, 과학기술부처, 복지정책부처 등의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대처, 기후위기, 청년문제를 포함한 세대 간 갈등 등 다수 부처의 관할영역에 중첩적으로 속하는 정책이슈들(cross-cutting policy issues)이 증가하는데 이러한 국가적 난제들을 단일부처가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국정운영 핵심부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부처 간 갈등을 해결하고 국정과제 중심으로 정책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부처간 정책갈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조정 메커니즘의 구축과 운영은 어느 나라에서나 국정운영 핵심부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2. 정책조정의 개념

정책조정(policy coordination)은 정책의 내용을 둘러싼 부처간 갈등과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다. 정책조정은 정책 및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라는 관점에서 논의된다. 과정의 관점에서 정책조정이란 복수의 부처와 관련된 정책의 담당부처들이 타 부처와 갈등이 예상되거나 실제로 발생할 때 그 갈등을 관리하려는 공동노력을 말한다. 과정의 관점에서는 부처간 협력과 갈등 조정에 필요한 상호작용의 절차에 관한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결과의 관점에서 정책조정은 부처 간 정책의 중복 및 중첩 해소, 정책불일치 회피, 갈등 최소화 등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는 한편, 합의된 정책 우선순위를 추구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부처 간 정책조정은 국정과제 수준의 국가 주요정책에 대한 부처 간 기능 및 역할 조정에 초점이 있으며 그 방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국정운영 핵심부가 계층적인 권위를 활용하거나, 동등한 권한을 가진 부처들의 회의체 또는 위원회 활용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II. 계층적 권위에 의한 조정방법

정부핵심부의 위계적 권위에 기초한 방법으로 대통령과 보좌관, 국무총리(), 부총리제가 활용되어왔다.

 

1. 대통령과 비서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최고책임자로서 정부부처 사이에 발생하는 정책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공식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관여할 경우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부처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시간, 정보와 관심도 한정되어 있으므로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책조정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대통령을 효율적으로 보좌하는 참모조직, 즉 대통령 비서실이 필요하며 대통령 비서실에서 국정전반에 대한 조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의 분야별 정책보좌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부처간 갈등을 해소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서실장과는 별도의 정책실장이 중장기 정책개발은 물론 정책분야간 갈등 및 정책조정을 담당하도록 하였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선임수석인 정책기획수석이 국정과제의 정책조정을 담당하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책실장 소속으로 일자리수석 등을 두었지만,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비서관이 불확실하다.

차기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비서실의 최상위층인 비서실장 또는 정책실장의 정책조정기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비서실 구조를 개편하여야 할 것이다.

 

2. 국무총리와 보좌기구

내각제적 요소가 절충된 대통령중심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부처간 정책조정업무를 수행한다. 국무총리()의 모든 업무는 정책조정과 직간접으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민주화 이후 정책조정을 지원하는 국무총리 보좌기구의 인력규모는 김영삼 정부 행정조정실 정원 115명에서 문재인 정부 국무조정실 정원 300명으로 160.9% 증가하였다. 이는 동기간 공무원수 증가율 27.7%, 대통령 비서실 인력규모 증가율 28.9%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국무조정실의 정원 증가율이 매우 높다는 것은 국무총리 보좌조직에 의한 정책조정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무총리에 의한 정책조정은 업무범위의 모호성과 중첩성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병치시킨 현행 헌법체계의 제약하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정책조정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으며, 차기 정부의 정책조정에서도 국무조정실의 역할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 부총리제도

부총리제는 업무상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갈등이 많은 부처들 가운데 그 업무분야 주무부처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켜 부처간 갈등 이슈들을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부총리가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부총리가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만큼 신임과 위임을 받거나 정치적 역량을 갖추어야 하고, 관련부처를 통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메커니즘과 수단(예산 배분권 또는 기획통제권)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부총리제도는 정책조정력 강화에 기대한 만큼 실질적으로 공헌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예산편성권을 가진 경제부총리의 경우에는 위의 두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 상당한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편 역대정부의 교육부총리, 사회부총리, 통일부총리, 과학기술부총리 등은 이러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아 조정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효과적인 정책조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부총리라는 직급보다는 명확한 권한위임과 효과적인 통제수단의 확보라고 볼 수 있다.

 

III. 수평적 정책조정의 방법

수평적 정책조정의 방법으로 국무회의, 관계장관회의, 대통령소속 위원회 등 활용한다.

 

1. 국무회의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마지막 단계에서 심의하고 조정하는 헌법기구이다. 그러나 국무회의의 거의 모든 안건이 이미 차관회의와 각종 관계장관회의 심의절차를 거쳐 사전 합의된 상태이기 때문에 최종 조율 메커니즘인 국무회의는 사실상 의례적인 절차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국무회의의 규모가 확대되어 쟁점 이슈들의 실질적 토론조정이 어려워졌고, 부처간 쟁점 이슈들이 복잡해 짐에 따라 국무회의에서 논의하기에는 비효율적이며, 적시에 처리하기 어려워졌고,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항상 시간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므로 실질적인 정책조정기구로서 국무회의의 위상은 상실하였고, 정부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구로 변모되었다.

 

2. 관계장관회의

관계장관회의는 유사한 정책 이슈들을 깊이 있고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소수의 관련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회의체이다. 직접 관련된 소수의 관계장관들이 모여 정책사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때문에 국무회의에서 나타나는 논의의 비효율성을 방지할 수 있고, 충분한 전문지식을 소유한 정책갈등 당사자 부처들이 핵심 역할을 맡기 때문에 심층적 논의가 가능하다.

정책분야별로 구성된 경제관계장관회의, 국가안보관계장관회의가 1960년대 이후 운영되어 왔으며, 정권에 따라 사회관계장관회의와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도 운영되어 왔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는 국무총리가 주재하여 국정현안 가운데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갈등 이슈들을 논의하고 조정하는 관계장관 회의기구이다.

이같이 분야별 관계장관회의와 더불어 국정현안정책점검회의가 활발하게 운영되어왔는데, 이는 다수부처가 관련된 정책문제에 신속한 대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므로 차기정부에서도 관계장관회의를 적절하게 설계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대통령소속 국정과제위원회 활용

부처간 정책조정을 위하여 대통령소속 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다. 노무현정부가 국정과제위원회를 가장 많이 활용하였지만, 이명박 정부는 국가경쟁력강화, 국가브랜드, 녹생성장, 사회통합을 위해 국정과제위원회를 활용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 청년, 통일준비 분야에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활용하여 과제추동력을 얻고자 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4차산업혁명, 북방경제협력 등에서 대통령 위원회를 신설하여 국정과제를 추진하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정과제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차기 정부에서도 대통령소속 위원회를 대통령과제의 추진체계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정과제위원회는 다부처가 관련된 국정과제로서 부처간 정책조정이 필요하며 민간부문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분야에 설치되어야 한다. 국정과제위원회에 민간전문가와 함께, 해당부처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의 해당분야 정책수석 또는 정책실장도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과제위원회가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사무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IV. 결어

정부부처 간 협력의 필요성은 21세기 들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많은 정책이슈들이 기존의 행정부처 간 경계를 뛰어넘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띠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핵심부는 다양한 형태의 정책조정 방법들의 조합(mix)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부처간 정책갈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고 부처간 협력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