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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주는 교훈과 미래전략 : 홍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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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시2021-05-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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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코로나19 팬데믹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보면 환자수가 1억6천, 사망자가 330만명을 넘어섰고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백신의 효과를 보고있는 나라들도 있지만 인도나 브라질과 같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환자수와 사망자수가 늘어나는 나라들도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보면 아직 통제되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러한 규모의 팬데믹은 보건의료만의 문제로 보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아닙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팬데믹이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회는 이번 팬데믹을 교훈 삼아서 대응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운명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하게 되면 그로 인하여 소멸하거나 몰락하는 부분이 있고 새롭게 대두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부분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4세기 페스트는 많은 희생자를 내었지만 한편으로는 중세의 암흑시기를 끝내고 르네상스로 이르는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방역과 백신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야 하지만 새로운 전략을 짜야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나타난 근본 이유는 지구적인 무역과 사람들의 이동에 기반한 성장과 번영의 기본 질서, 즉 성장 위주의 경제와 생태계 파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현재의 발전전략 혹은 사회적 구조가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지금까지의 발전전략을 고집한다면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는 보건의료적 대응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도 주지만 현재의 발전전략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앙집중형, 탄소의존적 성장전략에서 벗어나서 분산형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탄소중립에 기반하여 지방균형발전전략과 그에 맞는 거버넌스를 만들어나가면 그 만큼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전략수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중 한 명인 자크 아탈리는 건강, 섭생 뿐 아니라 수자원, 에너지, 생물다양성, 상품이송, 대중 교통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팬데믹과 같은 위기를 겪지 않도록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의 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라고 하는 ESG를 강조하고 경영의 핵심 지표로 삼는 기업들이 많이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팬데믹과 기후변화라는 커다란 위기 앞에서 지금까지의 화석연료기반의 탄소경제로는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고 우리나라도 뒤처지지 않게 발빠르게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이러한 생명경제의 기반은 ICT,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이기 이전에 건강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체계가 ‘질병예방, 건강증진’을 모토로 해서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건의료체계의 미래 대응을 위한 변화와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실 보건의료체계는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되는 것이어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계나 시민단체, 정치권 모두 보건의료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이 보건의료체계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우리나라 보건 의료 체계 혁신의 필요성은 코로나 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저출산, 초고령화 같은 인구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즉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세계에서 유래를 볼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시급하게 보건의료 체계를 갖추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2020년에 우리나라의 인구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었고 앞으로 매년 1%씩 증가하여 2030년에는 25%에 이를 것입니다. 특히 2020년은 1955년생, 즉 베이비붐이 시작된 세대가 65세가 되어 노인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하였던 해이고 앞으로 10년은 인구증가에 크게 기여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는 기간이어서 이 기간에는 정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의 80%가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결국 노인이 늘어난다는 뜻은 만성질환자가 늘어나고 특히 여러개의 질병을 갖고 있는 복합질환자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과 당뇨병을 같이 갖고 있는 노인을 생각해봅시다. 사실 이런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현재의 보건의료체계에서는 이런 분들이 스스로 질병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혈압치료를 위해서 A병원, 당뇨병 치료를 위해서 B병원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의 질병을 돌보아야 합니다. 사실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치료가 안되어 제대로 약을 먹지 못하거나 중복처방이 되어서 약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경우들이 생기게 됩니다.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제는 의료체계가 각각의 질병이 아니라 그러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돌보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또한 환자가 알아서 병원을 찾아가는 병원중심의 의료에서 의료서비스가 환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지역사회중심의 의료체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이 생긴 다음에 치료하는 치료중심의료에서 질병이 걸리지 않게 건강관리를 지속적으로 하는 예방중심의료로 바뀌어야 합니다.


결국 병원 중심 의료에서 지역사회 중심 의료로의 변화는 중앙집중형 보건 의료 시스템에서 탈중심 분산형 의료 시스템으로의 전환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변화와 혁신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에 있는 대형상급종합병원에 의료자원과 환자가 쏠려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래서 지방에는 의사, 간호사, 병원시설, 장비 등이 부족하고 그러니까 지방에 있는 환자들도 서울에 와서 치료받으려 해서 서울에만 집중이 되고 지방은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갑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게 되면 지방에 있는 사람이 서울에 와서 치료받을 수가 없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염병 환자의 이송은 매우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방에도 전염병 유행시에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실 전염병 만이 아니라 다른 응급질환, 그리고 심뇌혈관 질환과 같은 경우에도 전국에 있는 병상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또 이들을 돌볼수 있는 의료인, 시설,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고 이러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의료자원분산체계가 갖추어져 있으면 우리나라 의료수준에서 감당못할 질병은 없을 것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러한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일은 지역사회의 의료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스마트 의료체계를 갖추면서 시설, 장비에 대해 확충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스마트 의료체계는 건강모니터링, 인공지능, 클라우드, 정보보안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의료의 탈중앙, 분산화는 결국 개인이 거주하는 집과 그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보건 의료 서비스의 대부분이 이루어지도록 만들게 될 것입니다.


비단 보건 의료 체계만 분산형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3차 산업혁명’과 ‘수소사회’를 주창한 제레미 리프킨은 통신, 에너지, 교통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사회체계 전체가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저도 앞으로의 사회는 분산형으로 하부구조 및 핵심구성요소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재난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기후재난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한마디로 말하면 스마트 의료체계를 갖추자는 것입니다. 스마트 의료체계는 말 그대로 의료시스템을 스마트하게 변화시키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에서 혈압, 맥박, 심전도, 혈당 등을 체크하는 기술은 현재 개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의료서비스에 활용되게 하자는 것입니다. 환자가 병원에 가서 몇 달에 한번 심전도, 혈당을 검사하여 이를 기반으로 처방받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심전도나 혈압, 혈당과 같은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병원에서 건강관리와 처방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획기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병이 진행되기 전에 미리 관리되어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서비스가 가능할 것입니다. 스마트워치 뿐이 아니라 의복이나 신발도 이러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체온을 모니터링해서 발열상태를 조기에 확인하여 의료서비스에 연결될 수 있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에 대처하는 데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 신체활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건강상태에 맞는 운동량을 코치해줄 수도 있습니다. 집에 있는 화장실의 변기, 거울 그리고 침대 등도 스마트 건강기기가 되어 건강을 매일 모니터링하게 되면 일년에 한번 하는 건강진단보다 훨씬 건강문제를 조기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모니터링되는 건강정보가 의료서비스에 활용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정보도 실제 의료서비스에 활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스마트 의료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건강모니터링기술, 데이터의 전달과 활용이 일어나는 의료플랫폼, 방대한 자료를 관리하기 위한 클라우드시스템, 자료의 처리와 판단지원을 위한 인공지능, 그리고 실제 서비스가 돌아가기 위한 수가와 보상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제 이러한 스마트 의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입니다. 이런 스마트 의료가 지역의 1차 의료기관 및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되고 결합되고, 여러 지역사회 스마트 의료가 더 큰 2차, 3차 의료기관 및 도시 차원으로 연결되고 확장되면 그 자체가 지역사회 전체를 스마트 건강도시로 변화시켜 갈 것입니다. 저는 스마트 건강도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비전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 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뿐 아니라 초고령화와 같은 구조적인 장기 변화에 대해서도 대응력 있는 스마트 건강도시는 이른바 K 의료와 결합하여 한국형 스마트시티로서 이제는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새로운 의료를 만들어나가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