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form Insight

Platform Insight

노동개혁은 왜 필요한가 : 박지순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06-17 00:26
  • 조회수35
이미지

-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5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낡아서 먼지가 쌓인 프랑스의 노동법으로는 노사의 이익조정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노동법은 채용을 어렵게 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 그 진단이었다.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프랑스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실제로 마크롱의 노동개혁은 코로나사태 이전까지 프랑스의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리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마크롱의 노동개혁에 영감을 준 것은 다름아닌 이웃 경쟁국가인 독일의 노동개혁이었다. 1998년 정권을 잡은 사회민주당의 슈뢰더 총리는 당시 만성적인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복지비용 등 삼중고에 시달리던 독일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하여 아젠다 2010”이라는 광범위한 노동개혁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독일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실업률을 크게 낮추는데 성공하였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체감실업률을 의미하는 청년확장실업률은 25%를 넘었고 노인일자리를 제외한 4050세대 일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심각성이 크다. 여기에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화, 즉 정규직-비정규직과 대기업-중소기업 근로자의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양극화를 초래하여 대한민국의 발전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자리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사회경제적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고 플랫폼경제가 산업구조의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현실화되고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 MZ세대가 노동시장의 주역으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노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경제와 노동에 관한 물리적 국경이 해체되면서 글로벌화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전략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과거의 공장법적 노동규제방식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구조변화에 대응하는 노동법제도의 현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대적 과제이다. 노동개혁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우리 노동법제도를 현대화하는 과제를 의미한다.


노동개혁의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디지털전환시대의 고용유지 및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급변하는 기술발전에 대응하여 국민들의 디지털 직업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생직업능력개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플랫폼산업과 스타트업 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노동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예를 들어 신규 설립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서는 최초 2-3년간 해고규제, 근로시간규제 등 노동법의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프리랜서가 다수인 플랫폼산업의 종사자들을 위해서 고용안전망을 확충하고 공정계약과 당사자간의 합리적 소통을 촉진하는 종사자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획일적이고 강행적인 근로기준을 완화하여 근로자에게 근로시간 및 근무방식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근로시간저축계좌제와 같이 근로시간 총량 규제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근속기간과 연령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서열형 대신에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급제와 직무급제를 결합한 합리적 임금체계가 확산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획일적이고 강행적인 규제방식을 혁신하여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사업장의 노동규칙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기업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필요한 개혁과제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후진적이고 경쟁력이 뒤쳐진 분야는 노동분야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경제위기와 노동시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개혁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 결과 경제적, 사회적 위기의 쓰나미에서도 충격을 흡수하면서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이끌었다. 우리는 노동개혁의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하였고, 반대로 강성노동운동이 주도하는 노사관계의 갈등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노동존중이라는 이름으로 노사의 균형성을 깨뜨리는 역설적 노동정책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일자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개혁은 바로 청년들을 위해 경쟁력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중장년들에게는 고용안정을 제공하는 불가결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