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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감정의 선순환이 필요한 사회 : 나은영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07-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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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은영 -


부정적 감정이 팽배해 있는 한국 사회

 

  지금 한국에는 부정적 감정이 팽배해 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분노, 우울함, 무망감, 회의주의 등이 잠재해 있고, 집단적 감정으로는 집단 간 대립에 기반을 둔 적대감과 혐오를 보이는 부분이 많다. 한 마디로 ‘감정자본’이 빈곤한 상태라 할 수 있다. ‘감정자본(emotional capital)’이란 감정이 에너지원이 되어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바탕을 뜻한다. 사랑, 신뢰, 인내, 공감, 기쁨, 배려 등이 많으면 감정자본이 증가하고, 증오, 불신, 분노, 고뇌, 슬픔, 적개심 등이 많으면 감정자본이 감소한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것은 우선 생존에 위협을 느낄 때다. 갑자기 무서운 동물이 공격해 온다면 위협을 느끼고 도망쳐야 생존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본인의 존재 가치가 인정받지 못할 때도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적, 사회적 환경과 미디어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할 때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 공간적 환경으로는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우리는 불쾌감을 느낀다. 사회적 환경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본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때, 예를 들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을 때 본인의 존재 가치에 위협을 느껴 부정적 감정을 경험한다. 미디어 환경으로는 예컨대 뉴스를 검색하기만 하면 부정적인 소식들로 가득 차 있을 때 우리의 뇌와 마음은 불쾌해진다.

  집단 감정이 발생하는 것은 본인의 존재 가치가 소속 집단에 비추어 규정될 때 더욱 뚜렷해진다. 즉,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집단(ingroup)의 ‘집단 정체감(group identity)’이 위협받을 때 그 위협의 원천으로 생각되는 외집단(outgroup)에 대한 적대감은 더욱 강해진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둘로 가르고 넷으로 가르고, 이렇게 갈라치기를 할수록 더욱 작은 단위의 집단 간 적대감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더 많이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누가 언제부터 이러한 갈라치기를 했던가?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역감정이 있었고, 요즘에도 정치적 상황이나 선거 상황처럼 ‘경쟁’이 표면에 등장하면 어김없이 갈라치기가 등장한다. 반드시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또 역시 갈라치기가 등장한다.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 계산하며 ‘나’에게, 또는 ‘내가 속한 집단’에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십중팔구 상대방 또는 상대 집단을 깎아내린다. 사람의 심리는 호혜성의 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기에, 상대가 나를 또는 내가 속한 집단을 깎아내리면 그 공격성을 상대 집단에게 되돌려주는 경향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위로와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고 정작 위로와 힐링을 해 줄 사람들은 점점 더 적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마음이 피로하여 다른 사람을 위로할 여력도 남아있지 않다. 부정적 감정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점점 더 부정적 감정에 민감해진다. 웬만한 일에는 감동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분노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뇌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해치고, 사회적으로도 감정자본의 상실로 인해 발전의 동력을 잃게 된다. 감정 통장의 잔고가 바닥나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긍정 감정의 선순환을 향한 시동을 걸자

 

  자, 그럼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긍정 감정의 선순환을 향한 시동을 거는 것이 중요하다. 뇌는 가던 길을 계속 가려 하는 습관이 있어, 한번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 한다. 이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작은’ 계기가 필요하다. 처음에 각도만 약간 긍정 방향으로 돌려도 먼 길을 가면 아주 많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 있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우리 주변의 환경과 상황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과 상황은 암울한 상태에서 감정만 긍정적으로 돌리려 애쓰는 것은 마치 추운 상황에서 ‘나는 춥지 않고 따뜻하다’고 최면을 걸어 실제로는 동사하게 되는 상황과 유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상황이 완전히 긍정적인 상태가 된 이후에야 나는 행복을 느끼겠다’고 생각한다면 영원히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우선 작은 일에서부터 긍정적인 정서를 찾아내려 애쓰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하루를 너무나 바쁘게 사느라 아침의 새 소리를 못 들었다면 잠시라도 새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 두 발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잠시라도 산책을 하면서 햇빛의 도움을 받아 ‘설렘’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생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 만약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면 이것을 메모하여 ‘나의 바깥 쪽’으로 내보냄으로써, 일단 뇌가 지금 해야 할 일을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것, 이런 활동들이 모두 작지만 긍정 정서로의 전환에 시동을 걸어 준다.

  우선 자신의 마음과 뇌가 이렇게 편안한 상태가 되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너그럽게 바라보는 마음이 생긴다. 누군가를 용서하면 용서받는 사람보다 용서하는 사람의 마음과 뇌가 더욱 편안해진다. 작다고 생각하는 개개인부터 시작해 점점 더 긍정적인 영향력이 가까운 주변부터 스며들게 한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점차 긍정 감정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져,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감사하며 사소한 손해에 민감하게 대립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리더가 긍정 방향의 시동을 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리더가 화합의 시동을 걸 때 그 영향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는 화합의 리더로서 국민 전체를 포용하여 긍정 정서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풍족한 감정자본을 바탕으로 국민 모두가 신나게 개인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은 영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