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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이성•세계의 관점에서 한일관계를 다시 보자 : 신각수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08-1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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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각수 -

   8월 광복절은 우리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한다. 76년 전 우리는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국가건설을 시작하였지만, 신생 대한민국은 분단과 전쟁으로 큰 고난을 겪었다. 어려운 국내외여건 속에서도 산업화민주화세계화정보화의 도정을 착실히 밟아 10위 경제력을 가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지난 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도국그룹에서 선진국그룹으로 옮겨왔고, 영국 콘웰 G7 정상회의에도 초대를 받을 위상이 되었다. 아직 분단의 형극이 계속되어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고 있지만, 어엿한 중견국가로 성장하여 고난의 20세기를 온몸으로 극복한 선열들이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도약을 뒷받침해온 국내외 환경은 복합대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인구절벽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우리 경제의 일본화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북한이 핵무장을 거의 완성하는 단계에 접어들어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고 있고, 미중 격돌이 심화되면서 특히 그 최전선에 위치한 우리에게 외교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탄소중립 약속의 확대로 에너지변환이 불가피해지면서 국제정치도 다양한 영향을 받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우리로서는 이 전환기에 잘 대처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과 중국에 편향된 외교지향으로 독자적 입지를 잃어버린 채 외톨이가 되어버린 한국외교를 되살려야 한다. 세계 외교안보지형이 크게 바뀌는 전환기에는 작은 외교적 실수도 다음 새로운 전환기가 올 때까지 상당 기간 우리 외교에 오점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피하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외교방침으로의 전환을 꾀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여전히 기존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태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잔여임기 동안 정상으로 되돌아올지는 미지수다.

  같은 맥락에서 내년이면 잃어버린 10을 맞는 가운데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한일관계도 우려의 대상이다. 우리 외교의 전체 방향을 조율하는데 탄탄한 한일관계가 차지하는 큰 비중을 감안하면 하루빨리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외교노력도 배가되어야 한다. 건전하고 안정된 한일관계를 구축하게 되면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비, 한미 동맹과의 상승관계, 외교지평의 확대, 한반도 평화 구축에 기여 등 다양한 전략적 이해를 확보하기 용이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의 와중에 어렵게 열린 동경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관계회복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되어 안타깝다. 2년 전 아베 총리가 한일관계가 나쁜 상황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해주기 위해 방한했던 사실을 상기해보면, 정상회담의 형식과 성과에 관한 합의 미진을 이유로 방일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쉽다. 오히려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힘든 상황에서 열리는 인류의 스포츠 제전에 이웃국가의 정상으로서 방문하여 축하해주고 그런 가운데 관계 정상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접근을 했더라면 훨씬 성숙하고 大局을 보는 자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랬더라면 한일관계 회복에 지대한 관심과 막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문 대통령도 방일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실무 수준에서의 협의를 계속할 것을 주문한 만큼, 가을에 있을 다자회의의 계기에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를 진전시킬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한일 양국은 국내정치에 중점을 둔 뺄셈의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양국은 아시아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단 두 개의 OECD회원국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양국을 둘러싼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대외환경을 함께 풀어가는 통 큰 자세로 전환함으로써 만성적인 악성빈혈상태의 한일관계를 조기에 회복시켜야 한다.

  오랜 악순환의 덫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와 국민 모두 상대방을 경시무시하는 자세를 탈피하고 냉정하게 상대방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장기 관계악화로 인해 상호신뢰 자산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생긴 왜곡되고 굴절된 프리즘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한일관계의 악화 요인을 찾아보면 배경에는 역사 치중, 과도한 정치화, 양국관계에만 치우친 시점, 기성세대 중심 등이 있다. 따라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기존의 해묵은 역사정치양국관계기성세대라는 틀을 넘어서, 미래를 바라보고, 경제문화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세계적 차원의 협력을 모색하며,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살려가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우리의 진정한 광복은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고 우리 주도의 통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건전하고 안정된 한일관계의 구축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관계악화가 길어질수록 그 기회비용은 커지고 복원력은 약해지면서 동아시아에서 양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목적지향적 시점에서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한일관계라는 관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반일과 혐한인지 서로 되돌아보아야 한다. 과거사 현안은 현안대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면서 상생과 공영(共榮)의 한일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제의 달성이야말로 조국의 독립과 아시아의 평화를 꿈꾸었던 선조들의 고귀한 뜻을 살리는 길이다.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