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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한국 외교의 방향 : 심윤조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09-0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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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윤조 -

  

미.중 패권경쟁의 서막

 

21세기 국제정세의 키워드는 미.중 패권경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동서냉전은 소련의 멸망과 함께 탈냉전의 시대로 이어져 90년대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패권의 절정기를 누렸다. 이 시기에 중국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에 따라 미국주도의 국제질서 속에서 경제발전에 주력하였고, 미국은 2001년 이러한 중국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허용하였다.

9.11사태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을 감행하면서 막대한 전비소요로 패권 쇠퇴의 씨앗을 잉태하더니,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패권적 위상이 침식되는 상황에 처해진다. 중국은 이를 “미국 쇠퇴 및 중국 상승의 역사적 기회”로 평가하고 도광양회에 숨겨둔 발톱을 꺼내 공세적 외교로 전환한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는 아시아 재균형정책(Rebalancing)을 취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지역 및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하여 대중포위망을 태평양에서 인도로 확대하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동맹과 기술동맹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1년 3월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Interim Guidance)에서 중국을 위협대상으로 명시하여 이전 행정부의 대중견제 정책을 계승하였다. 정책의 이행방안에 관하여는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미국이 돌아왔다”는 기치 아래 동맹 및 파트너와의 결속을 공고히 하고 대중 봉쇄외교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우선 올해 3월 일본, 호주, 인도와의 QUAD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4-5월에 일본 및 한국과 각각 정상회담을, 6월에는 G7에 한국, 호주, 인도, 남아공을 포함한 정상회담 및 NATO 정상회담을 연속 개최하였고, 금년 말에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여 미국 중심의 산업.기술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려 한다. 미.중간 패권경쟁이 가치동맹 및 기술동맹의 형태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정면대응과 신냉전

 

지난 3월 알래스카에서 개최된 미.중 고위당국자간 2+2 회담에서 미국이 규범에 기반한 질서 및 신장, 홍콩, 대만 문제를 거론한데 대해, 중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반발과 충돌의 모습을 노정하였다. 직전에 양회(兩會)가 개최되었음에 비추어 중국의 여사한 반응은 내부적 협의를 거친 계산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미 중국은 미.중간 신형대국관계와 일대일로 사업으로 대국굴기를 세계에 알린 바 있다. 또한 ‘중국제조 2025년’을 통해 2045년 글로벌 제조강국의 선두권 진입을 예고하고, 중국몽의 실현 로드맵으로서 ‘두 개의 백년’(2020년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제시하여 애국주의가 한껏 고조된 상황 하에서, 시진핑 주석은 분발유위(奮發有爲)를 내세우며 미국의 봉쇄를 정면돌파 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 및 일대일로 참가국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일방,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 대해 위협과 경고를 보내고 남태평양과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를 고조하고 있다. 바야흐로 미.중간 패권경쟁이 신냉전에 비유되는 상황이다.

 

한국 외교의 방향

 

한국은 그간 미.중 사이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을 기조로 민감한 사안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미.중 모두에게 동맹의 약한 고리로 인식되어 우리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에 우리 외교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첫째, 원칙과 일관성에 입각한 외교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안미경중 또한 가치동맹과 기술동맹으로 경제이슈가 안보와 연계되는 상황 하에서 유효한 선택지가 아니다. 원칙과 일관성이 우리 외교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여 전략적 가치와 국익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을 통해 민주, 인권, 법치의 원칙 및 인도.태평양, 남중국해, 대만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반도체 등 핵심 산업.기술 분야에 있어서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 향상에 협력키로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공동성명 이행에 미흡한 태도를 노정하면, 원칙과 일관성을 결여한 외교가 되어 스스로 동맹의 약한 고리를 자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하고 그 틀 속에서 가능한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은 대중관계에서 힘든 상황을 겪을 수도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대중관계를 견실하게 이끌어 갈 것으로 본다.

 

둘째, 외교체제의 재편이다. 경제이슈가 안보와 연계됨을 감안, 종합적이고 기민한 대처를 위해 관련부서를 통합적인 대응체제로 편성하는 것이 긴요하다.

 

셋째, 다양한 다자그룹에의 적극 참여다. 이를 통해 미.중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의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례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넷째, 한.일간 전략적 협력관계의 구축이다. 한.일 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와 한중일 경제협력체제를 함께 구축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협력할 분야가 많다. 이를 위해 양국은 과거사로 인한 갈등의 골을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간의 “한일 신시대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협력에 합의하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다섯째, 북한의 비핵화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국민의 안전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북핵 문제의 당사자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비핵화 문제는 기후변화와 함께 미.중이 협력가능한 분야임을 감안, 우리가 미.중 양국의 협력을 이끌어 주도적으로 문제해결을 추구함으로써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국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최근 아프간 사태에서 보듯이 국가의 운명은 전략적 가치와 함께 국민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하기 나름에 따라 나라의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심윤조 전 국회의원, 주오스트리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