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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뿌린 대로 거둔다 : 이용식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09-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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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식 -

 문재인 대통령의 법률적 임기는 내년 5월9일 24시에 끝나지만, 정치적 임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는 10월10일 여당 후보가 공식 결정되면 현 집권세력의 무게 중심은 급속히 ‘뜨는 해’쪽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정치권 관심은 정권 연장이냐 교체냐에 쏠려 있지만, 어느 경우든 퇴임 대통령의 정치적 설움은 피할 수 없다. 그 정도가 문제일 뿐이다.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더 심하고, 연장된다고 해서 덜 심한 것도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로 집권 세력이 바뀌었다. 권력을 재창출한 3번 모두 여당 후보는 야당 못지않은 차별화 끝에 겨우 이길 수 있었다. 김영삼은 민정계와 민주계 충돌, 노무현은 후보 사퇴를 요구한 동교동계와의 정면 승부, 박근혜는 친이·친박 갈등을 넘었다. 집권 후에도 김영삼은 전두환·노태우 처벌, 노무현은 박지원·임동원 등 사법처리와 신당 창당, 박근혜는 비박계 공천 학살 등을 강행했다.

이처럼 권력의 하산 길은 원래 험난하다. 문 대통령 역시 전임자들에 비해 간단치 않을 조건을 두루 갖췄다. 첫째, 점차 줄여야 할 정치 변동의 진폭을 획기적으로 키웠다. ‘촛불혁명’을 주장하며 보수 정권의 전임 대통령 두 사람을 모두 감옥으로 보냈다. 대법원장과 국가정보원장 세 사람도 그렇게 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차원이 다른 과거 척결이다. 정치에도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는 작동한다. 진폭이 커진 만큼 부메랑의 위력도 클 것이다.

둘째, 심각한 ‘내로남불’로 정권의 대의가 가물가물해졌다. 전임 정권을 척결한 기준으로 문 정권을 심판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정권 연장에 성공해도 후임 정권이 이를 묵살하긴 힘들다. 내년 6월에 전국 지방선거가 있고, 그 뒤엔 또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신정권이 자신의 기반을 위협 받으면서 구정권을 보호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셋째, 문재인 정권은 김대중·노무현 계승을 외쳤지만 그 두 정권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김대중 정권은 평생 투쟁을 함께 했던 동교동계와 호남인들이 헌신적 동지애로 뭉친 정권이고, 노무현 정권은 진보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국익을 앞세웠다. 이에 비해 현 정권은 이미 기득권화하고, 이념보다는 이권 집단 성격이 강해졌다. 그만큼 새로운 권력 쪽으로 더 빨리 몰려갈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이상 스스로 이런 씨앗을 뿌렸다. 많이 늦었지만, 시정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실질적 정부 중립을 실행하고, 통합의 정치에 나서는 게 첫 단추다. 선거 주무장관인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부터 여당 국회의원에서 중립 인사로 바꿔야 한다. 가짜뉴스를 막는다는 핑계를 내걸고, 실제로는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진짜 뉴스를 취재해 보도하는 언론을 공격하는 일도 멈춰야 한다.

불행히도 문 대통령이나 정권이 그런 결단을 할 것 같진 않다. 1차적으로 정권 주변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나아가 모든 지식인들이 연대해 압력을 가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은 결코 헌법 탓이 아니다. 또 한 사람의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19세기 후반 일본은 개국에 성공하고, 조선은 실패해 식민지로 전락했다. 조선 조정이나 일본 막부 모두 무능했지만, 당대의 지식계층인 선비와 사무라이의 역할이 국운을 갈랐다. 수 십 년 뒤엔 지금의 지식인 계층도 시대적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평가 받을 것이다.


(이용식 문화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