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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 최석영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10-01 09:55
  • 조회수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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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

 

지난 8월초 미군의 철수 결정으로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40여 년간 지속된 내전에 자연재해와 절대빈곤 그리고 고질적인 식량난으로 피폐해진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또 다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다. 인접국 파키스탄과 이란으로 탈출한 난민이 각각 3백만 명을 넘고 국내피난민도 금년 들어 벌써 60만 명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것이 단지 시작이라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객지에서 혹독한 겨울나기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적 위기와 충격은 시리아 내전 격화로 대규모 난민들이 인접국과 유럽으로 유입되었던 2015년 상황과 여러모로 흡사하다. 당시 유럽에 도착한 난민이 한해 100만을 돌파했고 피난 도중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연간 3,000명을 넘었다. 지중해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엄중한 해역이었다. 거대한 엑서더스(exodus)는 시리아의 위기를 고스란히 유럽과 인접국 레바논, 요르단, 터키와 이라크로 전이시켰다. 역내 통행의 자유를 합의한 솅겐협정(Schengen Agreement)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고 헝가리와 그리스 등 일부 회원국의 국경 봉쇄로 갈등이 격화됐다. 각각 인구 600만과 800만에 불과한 레바논과 요르단에 200만이 넘는 난민이 유입되면서 국내정치까지 흔들렸다.

 

1951년 난민협약은 난민을 ‘박해를 받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두려움으로 인하여 국적국의 외부에 있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난민으로 등록된 사람은 2천만이 넘고 국내피난민을 포함하면 8천만을 상회한다. 박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 등 광범위하다. 난민협약은 난민에 대한 국제보호에 있어 중요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바로 ‘강제송환금지의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이다. 강제송환이란 당사자의 의지에 반하여 본국이나 이전 체류지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촉발된 대량난민의 수용문제를 둘러싸고 국내외의 논란이 뜨겁다. 미국과 EU는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이란 등 인접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금을 확대하면서 난민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과거 시리아 난민의 대량유입으로 인한 후유증을 재연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편, 파키스탄이나 이란도 이미 등록된 난민만 200만을 넘어 추가 수용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아프간 난민지원을 위해 3.7억여불의 소요재원 기여를 호소했지만 8월 말 현재 서약된 금액은 1.6억불 정도로 태부족이라고 한다. 9월 중순 제네바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인도적 상황관련 고위급 국제회의’에서 유엔은 금년 말까지 6억여불의 긴급지원(flash appeal)을 요청했다. 과거 시리아의 인도적 위기를 “난민 숫자의 위기가 아니라 국제사회 결속의 위기”라고 질타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뼈있는 지적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난민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몇 해 전 예멘 사람들이 제주도에 입국하여 난민신청을 했을 때 우리는 극도로 배타적인 성향을 보였다. 동아시아권 국가들은 대체로 난민수용에 보수적이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난민보호에 대한 인식과 기여는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야 1951년 난민협약에 가입하면서 난민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정비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인도지원 분야의 활동과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적지 않은 기부금이 길거리 모금을 비롯하여 민간에서 쾌척되고 있다는 소식도 훈훈하다.

 

최근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39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국내에 수용하기로 한 것은 미흡하지만 옳은 결정이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애환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도피했거나 강제로 이주됐던 사람들, 한국 전쟁으로 인한 실향민들, 그리고 한국에 입국하지 못한 탈북민이 모두 난민의 범주에 속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절망했을 때 국제사회의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은 우리의 생명줄(lifeline)이었다. 지금 절박한 난민들에 비정하게 빗장을 지를 수 있을까? 난민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함께 난민 보호와 수용 그리고 재정착(resettlement)과 관련된 문제의 공론화가 시급한 이유다.

 

필자는 UNHCR 집행위원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유엔중앙긴급대응기금(UNCERF)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국제분쟁과 자연재해로 발생한 난민, 국내피난민과 무국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목도했고 의장 자격으로 레바논 난민촌과 요르단 난민캠프도 시찰했다. 사지의 분쟁 지역에서 탈출하여 난민으로 등록되었지만 기약 없는 삶을 이어가는 좌절의 현장을 보았다. 천진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리아 난민들의 깊게 패인 주름과 지친 눈동자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잊히지 않는다.

 

최 석 영(崔晳泳)

법무법인(유) 광장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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