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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박지순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1-10-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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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순 -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도록 국가에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임금액은 당사자가 합의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자유로운 교섭에만 임금결정을 맡길 경우 당사자 간의 대등성 결여로 근로자는 저임금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헌법은 최저임금제도를 법제화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최저임금은 결국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임금액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은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의 도움을 받아 근로자와 사용자를 각각 대표하는 위원들이 함께 결정하도록 하는 방법을 오랫동안 운영해 왔다. 1989년 시급 600원으로 시작된 최저임금은 2008년 3770원, 2017년 6470원을 거쳐 2022년 9160원으로 결정되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2700원이 올랐는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2690원이 올랐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액이 그 직전 10년간 인상액과 비슷하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직접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 근로자는 2008년 220만명(전체 근로자의 13.8%)에서 2021년에는 408만명(전체 근로자의 19.8%)에 이르고 있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그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이 늘어난다는 점을 설명해주는 지표이다.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 인상된 2018년과 2019년에는 가장 많은 500만명(전체 근로자대비 약 25%)의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의 직접 영향권에 속해 있었다. 전체 근로자 4명 중 1명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최저임금액이 현 정부 들어 이처럼 큰 폭으로 인상된 것은 지난 대선에서 정치권이 경쟁하듯이 최저임금 1만 원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인위적으로 끌어올린데 원인이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근로자들 간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정부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급상승하면 한계선상에 있는 근로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높아진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없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주로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은 결국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여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제학자들 간에 뜨거운 논쟁거리다. 인상액에 따라 업종별, 사업장별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교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과 고용 여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효과를 객관적, 과학적으로 평가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 된다. 그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는 점을 우리는 체험하였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 최저임금 결정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 구성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나 지표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은 정부가 위촉하는 공익위원 9명, 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단체 추천 사용자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서로 극단적 의견대립으로 타협에 도달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결국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 9명의 의견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위촉방식은 정권의 성향이나 정책방향이 공익위원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공익위원의 독립성이 존중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여기에 공익위원의 전문성도 늘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27명의 위원구성은 불필요하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토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과 독일의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와 전문가 각 3명씩 모두 9명의 위원이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사의 이해갈등을 객관적으로 조정해야 할 공익위원의 선임은 독립성과 전문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공익위원을 지금처럼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으로 위촉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가 위촉하는 방안이 제시된다든지, 금융통화위원회의 위원 임명 방식을 제안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최저임금액의 결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최저임금액의 결정은 객관적 지표를 가지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 열거된 각 지표의 의미도 모호하고 실제로 그에 관한 통계가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독일 최저임금법은 행정관청에 신고된 전체 단체협약의 평균 시급 인상률을 토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방식은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을 막고, 근로자와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의 인상 추세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도 고려해야 할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과 고용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간명하고 예측 가능한 결정기준이 마련되어야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치권은 앞으로 선거에서 무책임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에게 생명수와 같은 존재이지만 일자리는 생명 그 자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