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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是他非와 猫鼠同處 (아시타비와 묘서동처) : 라종일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2-01-0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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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종일 -

 

언제인가 어느 나라의 초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호텔에 머문 적이 있었다. 거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어서 그 요령을 익히는 것도 한동안 노력이 필요할 정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종업원들이 복도 한구석에 주저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핏 우리나라의 정치가 생각났다. 건국과 함께 우리는 우리 자신이 세계에 자랑할만한 민주 헌법을 제정하였고 그 외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온갖 좋은 제도적인 마련들을 해왔다. 이것은 자랑할만한 일이다. 가끔 이웃 나라의 친구들에게 우리는 점령군에게 선물로 헌법을 받은 나라와는 다르다는 흰소리도 하였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그렇게 자랑만 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들의 생각과 행태는 잘 준비된 제도와 법에 어느 정도나 가까운 것인가 의문이 날 때가 있다. 특히 선거철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작년에 몇 분들과 함께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이라는 책을 쓴 일이 있다. 어떻게 그리고 어째서 우리의 대통령들은 특히 은퇴 후에 공수 신퇴의 편안함을 누릴 수 없는가 하는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다룬 것이었다. 한마디로 우리의 의식과 행태그리고 법과 제도사이의 간격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대선에서 이겨 대권을 쟁취한 후보는 사악한 세력을 척결하고 모든 것을 일거에 바꾸어 새로운 세상을 열라는 천명을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면 아마도 과장이겠지만 민주 헌법과 이에 따르는 바람직한 관행과 우리 현실 사이의 간격 중 적어도 어느 지점을 시사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때때로 난다. 선거에 이긴 날 집으로 날아 들었다는 이름도 산지도 모를 신비로운 새를 본 기억도 있다. 그뿐 아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것은 반역이라는 말도 나온다. 집권한 시기에 야당을 아주 궤멸시키겠다는 말을 한 정치 지도자도 있었다. 선거는 옳고 그름을 가름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한시적으로 정부를 맡아 운영하는 것을 정해주는 제도적인 마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행태는 다르게 나오는 것은 왜 그럴까? 상대방은 자신과 함께 국정을 논의할 동반자인가, 아니면 척결해야하는, 혹은 궤멸까지 해야 하는적인가?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일만은 아니다.


바람이 불기 전에 풀이 먼저 눕는다는 말도 있다. 청와대의 방침에 규정과 사실을 들어 따를 수 없다는 관리에게 너 죽을래했다는 상급자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방역지침도 청와대, “대통령의 뜻한마디에 바뀌어 수많은 희생자를 내었다. 맡은 분야에 자신의 소신과 어긋나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를 수 없는 이유를 밝히고 사표를 던지는 마티스 국방장관 같은 고위 공직자는 한국에서 별로 보지 못하였다. 윗분의 지시이니까 따르면 책임도 없고 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지혜로운처신인가? 조상이 친일이었는가, 창씨 개명을 했는가 하는 것이 후손의 공적인 자격 척도가 된다. “비천한집안 출신이어서 주변에 더러운 것이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상에 곤궁한 집안 출신이 고상하게 되는 경우도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비천하게되는 사람도 있지만 비천한집안 출신이어서 비천하게 되었다는 변명이 가능한 것인가? 세상에 비천한탄생이란 있는 것인가? 곧 성탄이다. 외양간에서 태어나서 인류에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 분도 계셨다. 훌륭한 현대식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그대로 조선시대에의 애착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니, ‘아시타비묘서동처의 세상이다.


그렇다고 비관과 비판의 세상만은 아니다. 정치권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정치인이란 결국 우리의 자화상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 후 산적한 사안 처리의 한 구석에 한국의 장래에 관한 논의가 있는 문서를 본 기억이 있다. 구상은 한국이 독립을 하여야 하지만 한동안 신탁통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유인 즉슨, 한국인들이 근대 국가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고, 도처에서 모이면 파벌을 만들어 서로 다툰다는 것이었다. 만약 바로 독립을 허용하면 나라를 가르고 전쟁까지도 할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분한 마음으로 읽었지만 현실은 실제로 그랬다. 반면에 이제 스스로 근대적인 정치를 운영해 본지 겨우 70여년 정도이다. 그 사이 많은 어려움과 함께 경험과 업적을 쌓아 온 것도 사실이다. 단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뒤로 미끌어지는 일이 벌어지는가 마음이 쓰일 뿐이다



라종일 가천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