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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금총, 반도체의 미래 : 권오경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시2022-01-15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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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경 -

코로나19는 세계 질서 재편과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트리거(trigger) 역할을 했다. 기술패권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촉발된 미·중 패권경쟁은 인공지능을 내재화 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 등의 첨단기술 경쟁으로 확대되었고, 실제로 2020년부터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은 생산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내로라하는 자동차 기업들의 공장을 멈춰 세우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의 위력과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왜 반도체인가?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릴 만큼 각종 첨단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다. 연간 약 1조 개씩 생산되는 반도체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가전기기,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21세기 전략 물자라고도 불릴 만큼 앞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래의 안전한 시회, 지속가능한 사회, 스마트한 사회,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반도체 관련 기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부터 CPU, AP 등의 정보처리 기술, 정보를 생성하는 센서 기술, 전기적 신호를 다른 형태의 신호로 변환하는 Motor driver, Display driver 등의 정보변환 기술, 정보를 멀리내기 위해 신호를 변조하는 MODEM 칩 등의 정보전달 기술, 모든 회로의 block다 각각의 전원전압과 전류용량에 맞게 전원을 공급하는 회로인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 전원공급 칩) 기술 등 이러한 반도체 기술이 없이는 어떠한 미래 기술도 실현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에서 한국이 가장 잘 하는 반도체 분야는 메모리 칩 분야다. 센서 중에서는 카메라 칩(CMOS Image Sensor Chip)과 터치 센싱 칩이 있다. 드라이버 칩으로는 Display driver, 일부의 PMIC 정도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도체 제조기술이 우수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제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전이 된 치열한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승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필자가 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한국공학한림원은 우리나라 공학계 석학들과 리더들이 모인 그룹으로, 국가와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선도하는 글로벌 공학기술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지난 해 3년여에 걸쳐 우리나라 미래 산업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우리가 처한 시장 기회와 산업경쟁력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전략산업별로 구조전환 방안을 제시한 대한민국 산업미래전략 2030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결론은 반도체에 국한된 세부적인 전략보다는 거시적인 산업 대전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간 융·복합화가 진전되고, 디지털 전환이 이를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미션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산업구조 전환을 앞당기고, 성과로서 견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국공학한림원이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 세운 것이 ‘G5 메가프로젝트이다. 국가산업 경쟁력 순위 세계 5위 이내 즉 ‘Group Five’를 달성하자는 목표이기도 하고, 범산업·범생태계적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자는 ‘Global Five’의 의미도 담고 있다.

산업구조 대전환을 이끌 기반 구조로서 G5 메가프로젝트를 도출한 영역은 스마트 디지털 영역의 MetaNet, 그린에너지 영역의 ETS(Energy Total Solution), 스마트 그린모빌리티 영역의 HFM(Hyper Fleet Mobility), 스마트 그린인프라 영역의 SMC(Smart Mega City), 소부장 플랫폼 영역의 ACE(Acceleration, Creation, and Enabling) 메가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전략목표는 분명하다. 그동안 기술 부문에서만 논의되어온 일명 초격차 전략을 선도적 플랫폼 구축을 통해 끌어올려 전체 산업 생태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앞으로 전 세계를 휩쓰는 산업군은 플랫폼(platform) 산업이 될 것이다. 결국 누가 먼저 플랫폼의 표준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테슬라(Tesla)가 더 이상 전기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전기자동차 플랫폼회사로, ‘자율주행자동차 플랫폼회사로 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애플(Apple)은 한 발 더 나아가 스마트폰 플랫폼회사가 아니라 스마트기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원격진료 플랫폼회사로, ‘메타버스 플랫폼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융합에 능한 우리나라 기업도 할 수 있다. 반도체산업은 미래 신산업의 경쟁우위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부품으로 대한민국 산업대전환의 키 플레이어의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인류문명의 불균형을 기한 주요 변인으로 무기, 병균, 금속을 들어 통찰했다. 이와 분야는 다르지만 필자는 반도체 산업의 가치 변화를 이에 빗대어 쌀금총으로 표현해 보았다. 모든 산업의 로 불리던 반도체산업은 이제 한 국가와 국민의 부와 경제력을 상징하는 되었고, 이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기술로 승부하는 스마트 시대에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책임지는 (무기)’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전환의 시기, 우리나라가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추월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다시 한 번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